‘Buoyants’ in Grotekerk, Veere

헤이그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친구인 Ludmila RodriguesMike Rijnierse가 지난 6월 초 아주 반가운 전화를 해왔다. Zeeland, 내가 그때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에 있는 아주 오래되고 흥미로운 교회에서 site-specific installation을 할 예정인데, 사운드를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는 며칠 후 그들의 스튜디오에서 첫 미팅을 가졌다.

Veere라는 기차도 들어가지 않는 작은 마을에 자리한 Grotekerk(“큰 교회”라는 뜻으로, 네덜란드 도시마다 있는 대표 교회쯤으로 생각하면 된다)에서의 전시였다. Lud가 보여준 프린트물과 웹사이트 속 교회는 구조가 확 트여 있고 전시 공간으로도 운영되는 곳이었다. 실제로 박물관처럼 쓰이며 크고 작은 전시들이 열리고, 매년 Kerkmeester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가들이 커미션을 받아 전시를 하는데, 올해는 Lud와 Mike 차례였다. 그들이 말해 준 전시의 컨셉은 Underwater!

최근 예술계에는 환경과 인간 외 존재들에 관한 주제가 많다. 당대의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흐름이기도 하다. 학생들도 종종 이런 주제를 다루니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내 흥미와는 거리가 있었던 이유는, 물속 환경을 이야기하려면 녹음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나는 20년 가까이 전자음악에 몸담으며 단 한 번도 field recording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왜 녹음에 흥미가 없었을까? 흥미로운 소리를 듣고 감동하거나 명상에 잠긴 적은 많지만, 그것을 작품으로 담는 방식은 내 작업 방향성과 달랐다. 다른 예술가들이 만든 field recording 기반의 작품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달랐다. “이제 안 해본 것을 해봐야 한다”는 강한 내적 목소리가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고서야 내가 뜨거운 햇볕이나 비바람 속에서 몇 시간을 마이크 들고 서 있을 리가 있겠는가.

실제로 최근 나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2024–2025년에는 학교에서 Analog Studio 수업을 청강하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써 보기 시작했다. 물론 DIY 세계는 계속 확장 중이지만, 늦기 전에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한 번으로 충분하다면 그걸로 족하지만, 그 과정이 내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그래서 흔쾌히 “YES!”를 외치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Grotekerk Veere
Some notes after the visit

7월 초, 한국에 휴가 가기 전 나는 Lud와 Mike와 함께 Veere를 방문해 내 인생 첫 field recording을 했다. 교회 공간을 둘러보니 동기부여가 폭발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천장이 아주 높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2층에도 스피커를 두었고, 10미터 높이에 8채널(4개의 스테레오 페어), 17미터에는 4개의 스피커를 천장을 향해 배치했다. 옥토포닉이라기보다는 확산(diffusion)에 가까운 구성이었다.

내 상상 속에서 청자들은 물속에 있고, 17미터 위의 스피커는 마치 지상을 상징하는 듯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수도꼭지, 샤워 등으로 샘플을 만들었고, Open Data Archive에서 과학 목적으로 업로드된 underwater recording들을 다운받았다. 그런데 들으면서 깨달은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물속 소리”는 사실 미디어가 주입한 이미지라는 점이었다. 실제 소리들은 전혀 다르게 들렸다. 자갈을 긁는 듯하거나 crackle noise generator 같은 노이즈와 어쿠스틱 사운드가 섞여 있었고, 가끔 마이크를 툭툭 치는 듯한 소리가 들어 있어 ‘아, 레코딩이구나’ 하고 느끼게 했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억지로라도 ‘물’의 이미지를 덧입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속 소리와 물 밖의 소리가 함께 모였다.

또 다른 재료는 Analog Studio에서 녹음한 신호들이었다. 단순히 물속 소리를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예술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히려 듣는 이의 상상력을 열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synthetic sound들을 더해, 미지의 세계를 미지로 남기고자 했다.

결국 5–10분짜리 작품을 15개나 만들었고, 여름 내내 한국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헤드폰으로 작업했다.


12채널 spatialization은 WFSCollider로 마무리했다. 레이어마다 다른 출력과 믹싱을 적용했고, 일부는 WFSCollider 패턴을 이용해 spatial motion과 sound modification이 일체화되도록 했다. 예컨대 granular한 처리를 하면서 density가 커지면 위치 이동의 편차(deviation)도 커지는 식이었다.

Field Recording

한국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 짐을 풀자마자 다시 Veere로 향했다. 시차 적응은 힘들었지만 주로 저녁에만 고생했고, 낮 동안은 mastering을 마무리했다. 걱정했던 17미터의 시간차도, 두 레이어가 뚜렷할 때와 모호할 때가 적절히 섞여 흥미로운 효과를 냈다. 그리고 후반에 추가된 bass shaker 덕분에, 귀를 바닥에 대면 천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바닥으로 전이되는 듯한 오묘한 효과도 느낄 수 있었다. 볼륨이 낮아도 청중이 온몸으로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Benjamin van der Spek Mike, Rob, Lud and I from the top left.
@Benjamin van der Spek

설치는 Lud, Mike이 함께 준비했다. 그 둘은 거대한 녹색 천에 핀과 줄을 설치하고 Rob이 만든 모터 인터랙션으로 파도를 만들어내는 장치(위의 이미지)였다. 단순해 보이지만 안정적인 대규모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셋다 정말 대단하다. (크레인 타고 17미터까지 올라가는 그런 작업은 나는 절대 못한다!)

음악은 약 두 시간 지속된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이어지고, 내년 봄 재오픈 예정이다. 많이 들 가서 보시길!

👉 grotekerkveere.nl

Leave a Comment.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